54화. 의심
임유는 소매에서 철사를 하나 꺼내서 구부린 다음 잠시 끙끙대더니 자물쇠를 열었다.
재빠른 동작으로 안으로 들어간 임유는 문을 살짝 닫고 조심스럽게 사방을 살폈다.
임유는 명심진인을 잘 알았기 때문에 대문을 들어선 순간부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예를 들어 대문에서 집채로 이어지는 일견 평범해 보이는 돌길에선 생각 없이 걸으면 기관 장치가 발동할 것이 틀림없었다.
명심진인은 기관 장치에도 통달했다.
임유는 한참 관찰하다가 조심스럽게 한 걸음 내디뎠다. 그리고 또 변화 여부를 관찰하고 나서야 다음 걸음을 내디뎠다.
이런 식으로 전진하다 보니 대문에서 섬돌까지의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 데도 무려 일각의 시간이 들었다.
섬돌은 세 칸이었다. 임유는 두 번째 칸을 밟고 문을 연 뒤 바로 문턱을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