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화. 개업
한편 동궁을 떠난 태안제는 심란하여 영심궁으로 갔다.
“황상을 뵙습니다.”
정비가 공손히 절을 올렸다.
태안제는 그녀를 품에 끌어안고 안으로 들어갔다.
영심궁에는 있는 듯 없는 듯한 은은한 향기가 감돌아 마음을 한결 편안하게 했다.
태안제는 정비가 건네준 찻잔을 받아 한 모금 마시고 탄식했다.
“그래도 애비에게 오면 마음이 좀 풀리는구려.”
정비는 태안제의 뒤로 돌아서서 어깨를 주물렀다.
“황상, 어찌하여 성심이 불편하십니까?”
태안제가 노한 안색으로 말했다.
“태자 녀석 꼬락서니만 봐도…….”
하지만 뒷말은 이어지지 않고 뚝 그쳤다.
어깨를 주무르는 정비의 움직임에는 조금의 변화가 없었다. 질문도 하지 않았다.
태안제는 정비가 눈치 있게 굴자 흡족하여 먼저 입을 열었다.
“태자가 칼에 찔린 후부터 화를 잘 내는구려. 진중함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단 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