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8화. 결정은 네 몫이야
검은색 긴 팔 티셔츠 차림의 요한은 문 앞으로 다가가도 나가는 데 급급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만 틀고 일단 나무판으로 만들어진 벽에 착 달라붙어 바깥 동정에 귀를 기울였다.
저 멀리서 무슨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근처는 고요했다.
요한은 그제야 조심스럽게 문고리를 돌려 바깥을 내다보았다.
카펫이 깔린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 시간에는 다들 식당에 가 있겠지?”
요한의 등 뒤에서 성건우가 여유롭게 물었다.
요한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렇게 똑같을 순 없어. 먼저 가는 사람도 있고, 좀 늦을 수도 있겠지.”
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엘리베이터 쪽에서 한 사람이 걸어왔다.
선원 제복을 입고 있는 그는 식당차 하나를 끌고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으로 이쪽을 향해 달려왔다.
겁에 질린 얼굴로 수시로 뒤를 돌아보는 그는 무시무시한 생물에게 쫓기고 있는 것 같았지만, 요한의 눈엔 상대의 뒤에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