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화. 검사

69화. 검사

그들 각각의 얼굴을 제대로 살필 수는 없었다. 유일하게 확신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바깥에 있는 성건우와 장목화를 비롯한 이들을 보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의 허리가 약간 굽어있다는 것뿐이었다.

성건우를 포함한 이들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면서 근처의 장애물 뒤에 몸을 숨겼다. 심지어는 용여홍 역시 이와 비슷한 상황을 여러 차례 겪어본 덕분인지 몸놀림이 재빨랐다. 그간 받은 훈련의 효과를 제대로 본 것 같았다.

빠르게 흐르던 구름은 달을 다시 가렸다. 거리 끝의 건물들은 재차 짙은 어둠 속에 잠긴 채 어렴풋한 윤곽만을 드러냈다.

잠시 후, 아무런 기습도 일어나지 않자 외골격 장치를 착용한 차으뜸이 먼저 숨어있던 곳에서 나왔다.

하지만 그는 거리 중앙으로 돌아가는 대신 암적색 벽돌이 깔린 왼편의 인도로 향했다. 낙엽이 완전히 떨어지지 않은 가로수 덕분에 고층 빌딩 안에 있는 자들의 시선을 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거리 끝에 있을지 모를 사수조차 정확히 겨냥할 수 없는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