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7화. 여화(餘火), 타다 남은 불
소용돌이형 건물, 핵심 연구 구역 입구.
갑자기 이곳에 군화 한 쌍이 드리웠다.
장목화의 군화였다.
그녀가 다시 이곳에 돌아온 것이었다.
헬멧 안으로 보이는 그녀의 눈가가 축축이 젖어 있었다.
하지만 그 아래 입가엔 엷은 웃음이 어려 있었다.
성건우를 업고 실험 캡슐로 걸어온 장목화는 다시 그를 그곳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바로 정신을 뻗어 성건우의 의식을 건드렸다.
이번엔 익숙한 어둠과 미약한 빛 다음으로, 전과 다른 장면이 보였다.
지금 장목화 앞에 보이는 건 성건우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뒤로 각색의 빛을 번득이는, 거의 무너질 듯한 문이 자리해 있었다.
의식을 교류하는 자리에선 장목화도 군용 외골격 장치를 입지 않았다.
모처럼 얼굴을 드러낸 그녀가 성건우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이럴 수가. 길을 잃는 바람에 다시 이 기기 옆으로 돌아왔지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