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8화. 황야의 습격
거점 안의 집 중 더러는 구세계에서 쓰던 걸 어느 정도 고친 것이었고, 더러는 목재로 새로 지은 것이었다. 그러나 완전히 다른 두 스타일의 건물들은 한데 어우러져 독특한 느낌을 냈다.
성건우, 장목화가 느꼈던 것처럼 이곳에 더 이상 인간은 없었다. 곳곳에 또렷한 대량의 혈흔만 남아있었다. 벽에 뿌려져 있거나 바닥에 멀리까지 흩어진 혈흔은 거의 모든 건물 주위에서 볼 수 있었다.
‘……학살이다.’
처음 보자마자 이 생각을 떠올린 용여홍은 이후 수색을 진행하면서도 의혹은 점점 짙어졌다.
학살이 발생한 것 같다고 의심되는 곳치고, 여기엔 시체 한 구 보이지 않았다. 가끔만 발견되는 손가락이나 썩은 살점 따위가 전부였다.
설마 이곳에 살던 모든 황야유랑자가 폭격으로 갈기갈기 찢어진 걸까?
설령 그랬다 하더라도 발견된 살점 수가 너무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