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8화. 정탐

828화. 정탐

인간 의식을 잘 숨긴 장목화는 허리를 굽힌 채 골짜기 안 잡초 덤불을 따라 현실의 신세계로 조용히 접근했다.

이곳 기온은 밖보다 조금 높았다.

이미 빙원에 여름이 찾아온 이때, 각종 생물도 활동을 시작한 상태였다.

장목화는 전기 신호 감지 능력과 외골격 장치에 딸린 야간 투시 기능 덕에 그런 녀석들을 놀라게 하지 않고 소리소문없이 도시 가장자리에 도착했다.

그녀는 그곳에 버려진 지 오래된 아파트 옆에 몸을 숨겼다. 거의 동시에 드문드문 느껴지는 생물 전기 신호가 어느 정도 왜곡되는 것을 느꼈다.

미터-45형 군용 외골격 장치의 가시화된 계기판 역시 이곳의 전자파 환경이 외부와 다르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역시⋯⋯.’

장목화는 이에 대해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그녀는 원래 계획대로 별빛도 가로막힌 어두운 골목길을 지나 탑과 그 주위에서 빛을 발하는 등불로 조금씩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