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2화. 무시

602화. 무시

그렇게 사흘을 보내도 아무 일이 없자, 구조팀은 그제야 제대로 마음을 놓고 며칠에 걸쳐 필요한 물자를 구하며 갖가지 사소한 문제를 해결했었다.

조용히 생각을 밝힌 장목화는 그게 정상적인 생각은 아니라는 걸, 성건우의 생각에 더 가까워져 있다는 걸 깨닫고 얼른 덧붙였다.

“아무리 좋은 기억력도 낡은 펜만 못하지. 잘했어.”

성건우는 장목화의 칭찬에 신경 쓰지 않고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맞아요, 제 달지기 상징 모음집은 좀 급한 상황에서 그려진 탓에 지나치게 조악하긴 해요. 확실히 다시 그려야 하긴 할 것 같아요.”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마⋯⋯.’

장목화는 손전등 빛이 흔들리지 않도록 오른손을 꽉 쥐었다.

뒤이어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그녀가 말했다.

“그럼 이럴 가능성은? 첫째 날 밤에 있던 혼란 이후, 아무 영향도 받지 않고 그 광경을 목격했던 522호 방 주인은 겁이 난 거야. 그래서 여객선 어딘가에 숨어서 본인 인간 의식까지 가린 채 배를 채워야 할 때만 나오는 거지. 마침 공교롭게도 네가 첫째 날에 물어본 3분의 1에 해당하는 승객 중 그는 포함되지 않았던 거고, 그 이후론 낮 동안 그를 찾을 수 없었던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