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화. 경고

87화. 경고

장갑차는 계속 전진했다. 길 양옆엔 여전히 가로등 불빛이 비치고, 빌딩의 유리창으로 흘러나오는 빛도 변함이 없었다.

이 빛의 향연 속에서, 장갑차는 터널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이동하는 도중엔, 멍하니 차를 고치는 남자, 빈 프라이팬을 재차 뒤집개로 뒤적이는 여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왔다 갔다 하는 어린아이를 포함해 각자 일에 몰두하고 있는 무심자들을 볼 수 있었다.

숫자는 그다지 많진 않지만, 노랗고 하얀 등불 아래 비친 그들의 모습은 꼭 구세계를 그대로 재현한 듯한 전경이 되어있었다.

이윽고 장갑차는 또 한 대의 거대한 차를 지나쳤다. 그 차량은 또 상당한 폐차를 길가로 떠밀어내고 있었다.

이를 보고, 장목화가 소리 없이 한숨을 내쉬며 웃었다.

“길 중앙이 왜 비어있나 했네.”

뒤이어, 한동안 길을 바라보고 있던 백새벽이 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