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화. 그림

62화. 그림

성건우가 마지막 문장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사이, 장목화는 빠르게 다음 문장을 덧붙였다.

「우리 중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칩은 뭔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발견했어. 그렇다는 건⋯⋯.」

그녀는 문장을 끝맺기 전 종이와 펜을 슬쩍 거두더니, 계속해서 턱을 받친 채 차으뜸의 옆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시선을 거둔 성건우는 한 가지 원인을 추측하기는 했지만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알지 못했다. 모종의 힘이 그의 깊은 생각을 저지하면서 문제가 무엇인지, 그것이 어디에서 기인하고 있는지 밝혀내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었다. 이 힘은 그로 하여금 모종의 아름다운 이미지를 깨지 않기를 바라게끔 했다.

이 힘의 원천은 외부가 아니라 그의 마음이었다.

현실은 이미 이렇게나 힘든데, 아름다운 꿈속에 빠져있으면 안 될 이유가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