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5화. 의식 감염
성건우가 재차 허벅지를 가볍게 두드리며 노래를 흥얼거리려던 그때, 남가관이 돌연 캄캄해졌다. 모든 전구에 흐르던 전류가 끊긴 것 같았다.
곧이어 장목화, 성건우, 주명희는 달라진 배경을 자각했다.
세 사람은 불빛과 나무 사이의 빌딩 단지에 이르러 있었다.
그다지 높지 않은 빌딩들의 유리창 안쪽에선 부드럽고 따뜻한 불빛이 새어 나왔다. 밤은 더 이상 적막하지도, 서늘하지도 않았다.
주위를 한번 둘러보던 주명희가 물었다.
“강소월이 투신했던 그 빌딩 단지인가요?”
“아마도요.”
장목화가 확신에 찬 말투로 답했다.
세 사람 주변에 자리한 모든 게 지극히도 사실적이었다. 정말로 환상이 아닌, 실제 순간 이동이라도 한 것 같았다.
“그 고등 무심자가 주고 싶어 하는 정보도 이 환각에 숨어 있겠죠?”
주명희가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것도 바로 그 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