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5화. 우연의 배후
다시 인간과 어인, 산 요괴들의 시체가 널린 광장이 펼쳐졌다.
집이라는 표시가 그려진 지도와 한명호 팔에 돋아난 호박색 비늘이 보이고, 분노에 찬 그의 커다란 웃음소리가 번졌다.
- 그래! 난 아류인이다! 내가 바로 아류인이야! 하지만 이 마을, 이 세상 어느 인간이랑 비교해도 나보다 더 인간다운 사람은 없을 거다!
또다시 빛이 휘몰아치며 그날을 불러왔다.
아직도 스스로를 인간으로 생각하냐는 그 질문에, 고등 무심자는 한없이 침묵했었다. 그리고 그 늙어버린 그림자는 고층 빌딩에서 추락했다.
- 모든 게 허상이고 꿈인데, 진지하게 임할 필요 있겠습니까?
이와 함께 번지던 웃음과 함께, 게네바가 던진 묵직한 반문이 흘러나왔다.
- 우리는 인간의 일종이 아니라는 건가?
그 곁에 야트막한 언덕 위, 온전하지도 못한 시신들이 있었다. 아이를 끌어안고 죽은 여자가 있었다. 녹음기에서 흐르던 무기력한 음성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