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5화. 일시 정지

475화. 일시 정지

이내 조금 전 백새벽을 데리고 달아나는 데 실패한 용여홍은 몸을 꼿꼿이 세웠다. 멀찍이 자리한 습격자를 제압하려는 동료들을 돕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그는 자신의 피부가 굉장히 예민해진 걸 깨달았다.

주위 공기가 조그만 손이 되어 군용 외골격 장치로 덮이지 않은 몸 부위를 간질이고 있는 것 같았다.

일반적으로 부드럽고 상쾌한 바람 같은 이 정도 자극에 격하게 반응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 용여홍의 피부는 비정상적으로 예민해져 있었다.

그는 마치 수많은 이들이 자신을 간질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에 몸을 배배 꼬며, 우는 건지 웃는 건지 모를 표정을 드러냈다. 그야말로 잔인한 형벌이었다. 용여홍은 더는 군용 외골격 장치를 조종할 수가 없었다.

백새벽도 용여홍이 뭔가 이상하단 걸 알아차렸지만 그 까닭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