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3화. 이변

543화. 이변

“나무아뇩다라삼먁삼보리라고 할 만한 정해진 법이 없으며, 또한 여래께서 말씀하셨다고 할 고정된 법도 없습니다. 어찌 된 일인가 하니 여래께서 말씀하신 법은 다 취할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고, 법도 아니며, 법이 아닌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식품회사 2층 복도에 덕이 높은 고승의 말씀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실로 맑고도 장엄한 음성이었다.

하지만 자세히 귀 기울여 본다면 그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환자의 진술 및 행동 능력은 정상, 정신 상태도 정상. 현 병력, 최근 7일 동안 매일 아들의 인영이 적어도 한 번씩 보임. 환자의 아들은⋯⋯.”

성건우는 불경을 읊는 듯한 투로 병력 복원본 내용을 줄줄 읊고 있었다. 거기다 ‘금강경’ 단락에 어울리게 하려고 의도적으로 뜸을 들이거나 단어를 더해가며, 환자 상황을 특수한 어휘로 표현해 장엄한 느낌을 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