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화. 악마

214화. 악마

눈앞의 산 요괴가 완전히 숨을 거둔 후, 용여홍은 꽤 오랫동안 침묵을 지키다 낮게 욕설을 뇌까렸다.

“이 빌어먹을 세상!”

자리에서 일어나 백새벽의 곁으로 돌아간 그는 유탄발사기에 탄약을 채워 넣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 인류를 구원하고 싶다는 건우의 꿈을 이젠 이해할 것 같아.”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던 한명호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다 자연스레 건우라는 이름과 그 기괴한 청년 사이에 등호가 그려졌다. 그런 사람이라면 어떤 꿈을 가지고 있든 이상할 게 없었다.

백새벽도 산 요괴의 마지막 말을 들었는지 천천히 입술을 뗐다.

“다른 이들의 은혜와 원한, 옳고 그름은 우리랑 아무런 관계도 없어. 나한테 주어진 일만 잘 해내면 될 뿐이야. 겨우 우리 몇 명이 어떻게 전 인류를 구원할 수 있겠어? 우리에게 송 경고자 같은 강한 친화 능력이 있더라도, 그 능력이 100배, 1,000배 더 강해서 사람들이 서로 믿고 다시는 싸우지 않게 되더라도, 우리가 떠나고 나면 다 천천히 원래대로 돌아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