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화. 단서

50화. 단서

하나하나의 시체를 살피며 이동하던 성건우는 곧 자신을 등진 채 웅크리고 있는 한 여인을 발견했다.

옷을 입고 있는 여인은 뭔가를 짓누르다시피 꽉 끌어안은 듯 팔과 다리를 잔뜩 웅크리고 있었다.

검은색의 거친 털이 난 등 부분에는 암적색 피가 굳어 있는 상처가 나 있었다. 누군가가 확인 사살을 한 흔적이었다.

허리를 굽히고 있던 성건우는 그 앞에 쪼그려 앉아 손전등의 손잡이 부분으로 그 주민의 시체를 뒤집어 보았다.

손전등의 빛줄기가 흔들리는 사이, 그의 시야에 한 어린 여자아이가 들어왔다.

아주 낡았지만 나름 깨끗한 흰색 원피스를 입은 아이는 성인 여성의 가슴팍에 꼭 안겨 있었다. 언뜻 봐서는 다친 곳조차 없어 보였다.

성건우는 손전등을 바닥에 내려놓고 아이의 상태를 살피려 했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아이를 안은 성인 여성의 손을 풀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