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6화. 신념
약간 어둑한 하늘 아래, 초록 덩굴로 뒤덮인 건물들이 갈라진 길을 따라 저 멀리까지 늘어서 있었다.
꼭 죽은 공원묘지에 소리소문없이 솟아난 묘비를 보는 것만 같았다.
군용 외골격 장치를 착용한 성건우는 카멜레온 인공지능 갑옷을 입은 게네바와 일정 거리를 둔 채 나란히 서서 걸었다.
귓가에 닿는 것이라고는 바람 소리뿐이었다.
잠시 고개를 돌린 성건우는 헬멧의 바이저 너머로 주위를 한번 살핀 뒤 신이 난 듯 말했다.
“어둑한 하늘, 버려진 건물, 텅 빈 도로, 미지를 향해 나란히 걸어가는 한 인간과 로봇⋯⋯. 구세계 콘텐츠 아포칼립스물 느낌이 물씬 나네.”
이틀 여정 끝에 커닝미스에 도착한 구조팀은 계획에 따라 생명 천사 목걸이를 가진 성건우와 게네바를 이 구역에 들여보냈다.
초기 정탐을 진행해 이곳에 아직 무심병 바이러스가 남아 있는 근본 원인을 찾기 위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