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3화. 과거의 진상
기원의 바다, 산과 물, 그리고 밝은 햇볕이 내리쬐는 섬.
산봉우리처럼 거대해진 디마르코의 인영은 돌연 극도로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수면에 비친 그림자처럼 변한 인영은 파도에 휩쓸린 듯 출렁거리고 왜곡되면서 깨졌다가 재조합됐다.
인영은 기운도 일순 쇠약해져 급히 줄어들며 정상인 크기로 돌아왔다.
이때, 이미 그에게 오감을 박탈당한 성건우들은 나무토막처럼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기만 했다.
디마르코는 그들에게 숨을 돌리거나 반격할 기회도 주지 않기 위해, 애써 정신을 차린 뒤 재차 오른손을 뻗었다.
“의식 박탈!”
이번에 그의 목소리는 허약하고 무기력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도 성건우들은 하나둘 흐려지며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하지만 여덟 명의 성건우만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서 있었다. 한동안 극도로 흐릿해졌다가 원상회복됐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