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8화. 사진 한 장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인영이 복도 끝의 계단으로 내려와선 성건우의 측전방에 자리한 방으로 들어갔다.
이후 그 방에선 복도로 난 창문을 통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호기심을 죽이고 그 소리가 끊길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던 성건우는 잠잠해진 후에야 일어나 그쪽으로 다가갔다.
목적지가 지척에 가까워졌을 무렵, 성건우는 몸을 훌쩍 날리면서 손전등을 켰다. 손전등을 쥔 그 왼손엔 육식주도 차고 있었다.
노르스름한 빛기둥 아래, 인영이 드러났다.
접대용 소파에 가부좌를 틀고 앉은 상대는 성건우가 지난번에 마주친 그 커리어우먼이었다.
전과 변함없는 차림을 한 그녀는 언뜻 봐서는 20대 초반인 것 같았지만 자세히 살핀다면 30대 후반으로 보였다.
가부좌를 틀고, 눈도 반쯤은 감은 채 양손을 무릎에 얹어놓은 그녀는 매우 엄숙한 분위기를 풍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