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9화. 성실한 로봇

289화. 성실한 로봇

10여 초쯤 지나, 백새벽이 입을 열었다.

“애쉬랜드엔 구해야 할 사람이 너무 많아. 그런 사람을 봤다고 모두 구할 순 없어. 우린 능력도, 가지고 있는 물자도 부족하니까. 무엇보다 일단 우리부터 살아남아야만 다른 것들도 걱정할 수 있어.

……난 애쉬랜드에선 무고한 사람을 해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상한 거라고 생각해왔어.”

백새벽은 머뭇거리면서도 끝끝내 줄곧 해왔던 생각을 밝혔다. 그들이 처한 상황에 다른 사람까지 도와준다는 건, 정말로 사치스러운 생각이었다.

‘우리 작은 흰둥이가 이렇게 말을 많이 하는 건 처음 보네.’

장목화는 급하게 끼어드는 대신 얌전히 듣기만 했다.

이내 용여홍도 맞장구를 쳤다.

“맞아. 지하 방주의 세력은 절대 작지 않아. 우리만으론 역부족이야. 심지어 거기 들어갈 수 있을지도 보장 못 하거든. 또, 구해야 할 인원도 너무 많아. 구해 낸 후에 어떻게 할지까지 다 생각해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