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화. 접근 (1)
장목화를 비롯해 용여홍, 정채진이 떠나자 백새벽이 전두하에게 말했다.
“이제 좀 안심되시죠? 좀 주무세요. 회사 사람이 도착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걸릴 거예요.”
꼭 어린아이를 달래는 듯한 말투였다.
전두하는 완강하게 고개를 젓더니 두어 번 기침을 하며 말했다.
“그들이 마을에 도착하기 전까지 어떻게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 있겠냐? 근데 새벽, 난 예전부터 늘 묻고 싶은 게 있었다. 어째서 그 낡은 스카프를 내내 두르고 다니는 거냐?”
방엔 화로가 있어, 꽤 따뜻한 편이었다.
그 훈훈한 분위기 아래 백새벽은 약간 표정 변화를 보이다 쓰게 웃었다.
“안 좋은 일이 있었거든요⋯⋯.”
전두하는 더 이상의 질문을 이어나가는 대신 눈을 반쯤 감았다. 이젠 그도 더는 버틸 힘이 없어 좀 쉬어야 하는 것 같았다.
이정배는 촌장을 지켜보다 성건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상대와 한담이라도 나누면서 남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였다. 어쩌면 그런 대화를 통해 더 많은 정보를 파악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