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화. 의심
서늘한 달빛 아래, 장목화의 아름다운 얼굴에는 봄 죽순처럼 한 가닥 한 가닥의 굵고 거친 검은 털이 자라났다.
얼굴 근육이 경련하는 것을 느낀 성건우는 저도 모르게 과잉 반응을 보였다.
온 힘을 다해 뒤쪽으로 몸을 날린 그는 두 바퀴를 연거푸 구르며 지프차 머리 쪽에 이르렀다.
뒤이어 등을 말면서 반대편으로 뛰어오른 성건우는 백미러 뒤쪽에 웅크리고 앉았다.
덕분에 그는 차의 머리를 방어막으로 삼을 수 있게 되었다. 거기다 언제든 차의 문을 열고 운전석에 올라탈 수도 있었다.
“큰일 났어!”
성건우는 용여홍과 백새벽을 깨우기 위해 큰소리로 외쳤다.
연달아 세 번을 외친 후 앞으로 두 걸음 나온 성건우는 상반신을 세우며 차 문을 열 준비를 했다.
하지만 그 순간, 그는 자신에게 차 열쇠가 없음을 깨달았다.
방금 전 교대를 할 때 새벽으로부터 차 열쇠를 건네받은 것은 그가 아니라 장목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