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화. 천연 교파
집에 딸린 작은 화장실을 쓰려면 순서를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 용여홍은 손전등을 들고 밖으로 나가,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한 공용 화장실로 향했다.
그의 집에서 가장 가까운 화장실은 C 구역과 B 구역의 경계에 있었다.
직원 대부분은 샤워를 마치고 각자 집으로 돌아가 잘 준비 중이었다. 그래서 용여홍이 화장실로 가는 도중에 마주친 이들도 겨우 두세 명뿐이었다.
어둑한 복도를 비추는 노르스름한 손전등 빛이 이리저리 오가며 공용 화장실 윤곽을 비추고, 용여홍은 막 오른쪽으로 방향을 꺾었다.
그때, 용여홍의 눈앞에 갑자기 한 인영이 나타났다.
그것도 남자 화장실 문에 매달려 살짝 흔들리는 인영이었다.
예전의 용여홍이었다면 기겁해 뒤로 물러났다가 엉덩방아를 찧고 주저앉아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간 많은 일을 경험한 까닭에, 비록 온몸의 털은 쭈뼛 섰지만 그는 그냥 한 손만 뻗어 눈앞만 가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