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화. 테스트
장목화는 다시 귀밑머리를 정리하다가, 전보다 더 엄숙한 얼굴을 했다.
“너희들 칭찬은 참 감사하다만 그래도 할 말은 해야지. 만약 시작을 제대로 했다면 그 수많은 사건을 피할 수 있었을 거야.
생각해봐, 정법이 철강공장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머물렀을까? 차으뜸은 그 부러진 다리에서 몇 시간이나 기다렸겠어? 몇 시간만 늦거나 빨랐어도 우리는 그들과 마주치지 않았을 거야.
또 우리가 그 강도들을 맞닥뜨렸을 때 곧장 공격에 나서서 그들을 전멸시켰다면 외골격 장치를 착용하고 우리를 쫓아올 기회는 없었겠지. 그럼 우리 지프차가 망가지지도 않았을 테고.
지프차가 멀쩡했다면 굳이 해자 마을로 돌아갈 필요도 없었을 테니 우리는 그날 저녁 무렵 철강공장에 도착했다가 다음 날 오전에 떠날 수도 있었어.
인연을 찾던 기계 승려 정법과도 사실 만날 이유가 없었어. 마찬가지로 오수혁 일행도 만나지 않았을 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