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5화. 시각
투둑……. 투둑…….
아무런 색도 없는 액체가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피는 아니었다. 액체는 전기뱀장어 형 생체 공학 의수에서 흘러나왔다.
장목화는 부상을 입었음에도 미소를 짓고 있었다.
조금 전 한시도 경계를 늦추지 않고 주위를 살피던 그녀는 근처에 나타난 인간 의식과 생물 전기 신호가 감지되자마자 목표를 상대로 공간 환각 능력을 발휘했었다.
장목화는 적이 심령의 복도 급 각성자라는 걸, 그러니 자신의 환각에 별 영향을 받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도 그녀는 상대의 공격을 허공으로 돌리겠다는 사치스러운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저 상대가 목표로 했던 위치에서 약간만 벗어나 자신의 왼팔을 노리기만 바랐다.
과연, 그 효과는 그녀의 바람대로였다.
‘우리 멤버들과 내 기억이 노출됐단 걸 뻔히 아는데 우리가 그냥 가만히 있었을까. 우리 최종 목적지까지 파악한 너희들인데 여기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 하나 생각하지 못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