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9화. 자해공갈

649화. 자해공갈

노인은 손을 휘휘 흔들더니 고개를 숙이고 발아래 길만 보면서 한 걸음씩 주차장 측면 출구로 향했다.

그를 따라 몸을 틀어 호텔 후문 쪽을 돌아본 용여홍, 백새벽은 전에 본 적 있는, 정수리가 약간 벗겨진 중년의 호텔 지배인이 그곳에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호텔 지배인의 얼굴에는 난감한 듯 일그러진 표정이 걸려 있었다.

바로 그때, 느릿하게 밖으로 향하던 노인이 한번 더 외쳤다.

“알루미늄 냄비 찾아 쓰는 거 잊지 마!”

호텔 지배인은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백새벽, 용여홍 앞으로 빠르게 다가오더니 염려 가득한 눈으로 이야기했다.

“저 사람 말은 듣지 마십시오. 저 사람 머리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는 손가락으로 본인 관자놀이까지 가리켜가며 설명을 곁들였다.

백새벽은 아무 내색도 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의혹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