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2화. 도중
성건우는 그녀를 재차 설득해 보려 했지만 상대는 깊이 상심한 듯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알았어, 알았어. 지금 갈게.”
성건우는 한편으로는 예의를 지키기 위해, 또 한편으로는 혹여나 인수영의 심기를 거슬렀다가 끔찍한 공격을 받게 될까 봐 깔끔하게 물러났다.
성건우는 앞으로 더듬더듬 이동했다. 그 사이 시야에는 먹물을 끼얹은 듯 한층 더 짙은 암흑 덩어리가 나타났다.
암흑은 마치 이곳을 떠나는 대문처럼 그곳에 우뚝 서 있었다.
지금까지도 인수영은 어둠 깊은 곳에서 울고 있었고, 그 소리는 들릴 듯 말 듯 번지고 있었다.
성건우는 그녀에게 위로를 건넸다.
“네가 무슨 고통을 겪었는진 모르겠지만 최대한 빨리 떨쳐버리길 바라.”
뒤이어 그는 양팔을 벌려 몸을 살짝 젖히고 위쪽을 비스듬히 바라봤다.
“모든 게 허상이고 꿈인데 진지하게 임할 필요가 어디 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