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화. 도시
지고 있는 태양 아래, 마천루의 외벽을 장식한 수천, 수만 장의 유리는 황금으로 만들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혹은 불타오르고 있는 것처럼 번쩍거렸다.
성건우와 용여홍은 그 반사광 때문에 눈을 가늘게 떴다.
그 사이 지프차의 속도는 빠르게 느릿해졌다. 장목화 역시 그들과 같은 충격에 빠진 것인지, 아니면 본능적인 경계심 때문에 속도를 늦춘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차가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 해가 점점 저물어가자, 이에 따라 하나하나의 고층 빌딩 표면을 뒤덮은 황금색, 혹은 주황색 빛은 점차 물러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방금까지만 해도 눈부시던 건물들은 색이 바랜 오래된 사진처럼 어둠 속에 잠기기 시작했다.
온 도시가 점점 어두워졌다.
용여홍은 무슨 말을 하려는 듯 입을 벌렸지만, 어떠한 말로도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