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화. 예전
그로부터 1분이 더 지났을 때, 성건우 역시 밖으로 나와 손을 씻었다.
그들은 서로 입을 다물자고 암묵적으로 합의한 듯, 공용 화장실의 상황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화도 주고받지 않은 채 더럽고 난잡한 집 사이를 가로질렀다.
그러던 그때, 한 여자아이가 돌연 성건우의 앞으로 달려왔다.
일고여덟 살 정도로 보이는 아이의 머리카락은 어깨 위로 드리워져 있었다. 보풀이 잔뜩 인, 옅은 녹색 스웨터에는 구멍 두 개가 나 있었고, 무릎을 살짝 덮는 길이의 재킷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하얗게 바랜 데다가 곳곳에 기운 자국이 남아있었다.
알 수 없는 재질의 하의는 남회색이었지만 이 역시 곳곳이 다른 색의 천으로 기워져 있었으며, 헌 옷으로 만든 듯한 검은 양말을 발에 신고 있었다. 비쩍 마른 아이의 얼굴은 누렇게 떠 있었지만, 눈만은 밝고 맑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