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화. 의식

415화. 의식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한 비에, 길 양옆 가로등 불빛이 부옇게 흐려졌다.

거의 11시가 다 됐을 때, 모퉁이에서 한 사람이 걸어 나왔다. 한 손에는 검은 우산이, 반대편 손에는 크라프트지로 만든 가방이 쥐어져 있었다.

비쩍 마른 편인 남자는 용여홍보다 4, 5센티미터는 더 작았다. 옷은 린넨색 셔츠에 품이 낙낙한 황토색 긴 바지 차림이었다.

눈자위는 깊고, 짙은 갈색 피부에 깨끗이 면도한 상태였다. 종합적으로 봤을 때 외형에 별 특색이 없는 사내였다. 저기 저 레드리버, 레드코스트 혼혈인은 패링턴이 묘사한 스미스와 꼭 맞아떨어졌다.

그가 아파트로 들어간 후, 구조팀 네 사람은 순간 정신을 바짝 차렸다.

게네바 역시 절전모드에서 원상태를 회복했다.

그로부터 1, 2분 후, 성건우가 웃음을 터뜨렸다.

“방에 사람이 있네.”

“근데 왜 불을 안 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