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1화 납징의 날 (2)
진강은 먼저 영복당에 들러 인사를 올렸다. 그에 충용후는 콧방귀를 뀌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어서 가라는 손짓을 했다. 진강도 더는 머무르지 않고 그 길로 시원스럽게 영복당을 나와 해당원으로 향했다.
이미 밤이 된 시각, 사방화는 비녀와 장신구를 다 빼고 긴 머리를 풀어헤치고선 가볍고 편한 비단 옷만 걸친 채 침상에 누워 책을 보고 있었다.
그녀도 진강이 오늘 충용후부에 오지 않은 걸 알고 있었지만, 사방화는 딱히 불만을 내비치거나 화를 내지는 않았다.
시화, 시묵은 사방화가 심하게 앓았던 그날 밤, 홀연 나타난 진강이 사방화의 열을 내려주긴 했었지만 여전히 진강에게 좋은 감정은 없었다. 그래도 그녀들 역시 사방화의 앞에선 별말 하지 않고 평소처럼 방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다 진강이 사슴을 들고 충용후부 대문에 나타났다는 소식이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