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8화. 무존 고급

278화. 무존 고급

“북야. ”

고약운은 고개를 들어 단호한 얼굴로 천북야를 쳐다봤다.

“전부터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 난 네 뒤에 숨고 싶지 않아. 너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싸우고 싶어. 그러니 네가 날 믿어줬으면 좋겠어.”

자신을 믿어달라는 그 말에 천북야는 고약운의 팔을 힘주어 잡으며 고개를 떨구었다. 한참 뒤에야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고약운을 바라보았다. 살짝 흐트러진 은빛 머리칼 사이로 드러난 얼굴은 보기만 해도 심장이 떨릴 정도로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이렇게 많은 해를 함께 했음에도, 고약운은 여전히 이 사내의 머릿속을 뒤흔들며 마음을 약해지게 했다.

“북야, 나는…….”

천북야가 갑자기 상체를 숙이며 입을 맞추자, 고약운은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잠시 후 입술을 떼어낸 천북야가 살짝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