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화. 사람의 앞을 가로막다

171화. 사람의 앞을 가로막다

흑운(黑云) 경매장은 흑암성에서 가장 큰 경매가 열리는 곳이었다. 그러나 이 경매장이 세워진 지 수십 년이 되었음에도, 이곳의 진짜 정체를 아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때 경매장 뒤쪽에서 두 노인이 바둑을 두고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은 붉은 옷을 입고 있었다. 그 붉은 옷 노인은 젊은 시절에 얼마나 풍류를 즐겼을지 상상이 될 정도로 매우 훤칠했다.

붉은 옷을 입은 야난(夜阑)은 흰 수염을 쓰다듬으며 바둑판을 내려다보았다.

야난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노인은 다소 점잖아 보였으며, 푸른색 피풍을 걸치고 있었다. 보는 이의 마음이 편안해질 정도로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이던 노인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야난. 옛말에 이르길 사람은 일이 있어야 온다는데, 자네가 왜 흑운 경매장에 왔는지 모르겠군.”

푸른 피풍을 입은 운락(云洛)은 손에 들고 있던 검은 돌을 두며, 부드러운 눈빛으로 앞에 있는 친우를 쳐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