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화. 야낙의 신분 (1)
이때 엽범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을 하고서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극심한 통증이 느껴지긴 하나, 가까스로 기절하지는 않고 있었다.
“이 자식이, 감히 내게 무슨 장난을 친 것이냐?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 모용 소저가 너희를 변호한다 해도 상관없어! 넌 평생 내 노비로 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너!”
엽범은 고약운을 힐끗 쳐다보며 눈을 빛냈다.
“넌 내 침상을 데우는 노비가 되어야겠다! 내가 설령 불구가 되었다고 해도, 너를 괴롭힐 방법은 많아. 모두 다 이 소야에게 손을 댄 대가다!”
흑암성에서 엽범이 유일하게 안중에 두는 건 이 흑암(黑岩) 경매장뿐이었다.
그는 눈앞에 모용가 사람들이 있어도 두려워하거나 신경 쓰지 않았다.
“낙아, 우린 이만 가자.”
고약운은 분노로 몸을 떠는 엽범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고 경매장 쪽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