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0화. 풍곡 (6)

380화. 풍곡 (6)

고약운이 이 방 안에 들어온 뒤로 곡주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폈다.

곡주는 저도 모르게 의자 팔걸이에 올려놓은 손에 힘을 줬다. 그의 차가운 눈빛은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만약 고약운이 은침을 뽑은 후에도 아들이 깨어나지 않는다면, 그는 눈앞의 이 여인을 아들과 같이 묻어버릴 작정이었다.

입술을 꼭 다문 풍소소의 안색은 몹시 흉해 보였다. 그녀는 나머지 사람들과 달리, 풍옥청이 깨어나지 않기를 바랐다. 이대로 풍옥청이 죽으면, 고약운이든 풍 장로든 다 죽은 목숨이었다.

고약운은 손을 들어 마지막 은침을 뽑아낸 후, 손수건 위에 은침들을 올려놓은 다음 둘둘 말았다.

“이제 됐어요. 조금 있으면 깨어날 겁니다.”

고약운의 말에 곡주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침상에 누운 아들을 보던 그는 저도 모르게 가쁜 숨을 내쉬었다. 조금 전까지는 그저 냉엄하게만 보였던 눈빛에는 이제 기대가 섞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