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화. 하기의 위선 (1)

88화. 하기의 위선 (1)

하진천의 얼굴에 감출 수 없는 기대가 드러나고, 모든 이들의 시선 역시 고약운에게 향했다. 그러나 많은 이들 속에서 그녀는 그저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고약운이 담담하게 말했다.

“죄송하지만,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운요와 천궁이 나타났었지만, 누가 그들이 전설 속의 백호와 청룡이라고 확신하겠는가. 고약운이 인정하지 않는다면 헛소문으로 여길 것이다.

또한 눈앞의 늙은 가주는 두 영수를 말하기 전까지 고약운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그녀는 아직 자신이 두 영수의 주인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진천의 얼굴이 돌연 굳어졌다. 아둔한 척을 하는 고약운의 모습을 보며, 그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하마터면 영소 님의 명령을 입 밖으로 꺼낼 뻔했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고약운의 손에 영소 님께서 찾는 이들이 있는지 확실하지 않았다. 안전을 위해서는 당분간 명령이 있다는 걸 밝히지 말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