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3화. 풍 장로의 바람 (2)
“정말로 미치광이가 따로 없군!”
황비비가 벼랑 끝까지 내몰렸을 때, 갑작스레 들려온 이 냉정한 목소리는 그녀가 애써 잡고 있던 마지막 지푸라기마저 놔버리게 했다.
안색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한 황비비가 절망적인 눈빛으로 좌상진을 응시했다.
좌상진은 황비비의 그런 태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침 이슬을 머금은 꽃잎처럼 붉은 입술을 열었다.
“보아하니 약종도 그저 그렇군. 이런 미치광이까지 들락거리는 곳인 줄은 몰랐어.”
그 말에 고림은 다소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얼른 약종 제자들에게 분부했다.
“어서 황비비를 끌고 가거라. 우리 약종은 아무나 함부로 발을 들일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고림은 저 화려하게 생긴 사내의 신분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좀 전에 풍소소와 나눈 대화를 통해 저 사내가 제일성 사람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제일성의 강자들은 고림이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