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4화. 제일성에서 온 사람 (1)
하가의 저택.
허공에서 무수한 인영이 나타났다. 앞장선 사람은 바로 청삼(青衫)을 입은 사내였다. 사람들 속에 섞이면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평범한 얼굴이었다. 그러나 그의 기세는 칼집에서 막 뽑혀 나온 검처럼 극히 날카로웠다.
“네가 바로 고약운이냐?”
청삼을 입은 사내가 오만한 눈빛으로 고약운을 쳐다보더니, 대청에 쓰러져 있는 몇몇 사람을 훑으며 눈살을 찌푸렸다.
“이들은 너희가 죽인 것이냐?”
고약운의 낯빛이 전보다 더욱 어둡게 가라앉았다. 그러나 그녀의 눈동자는 시종일관 흔들림 없이 고요하기만 했다.
그녀가 청삼을 입은 사내를 보며 차갑게 대답했다.
“그래.”
그러자 사내가 콧방귀를 뀌며 거만하게 말했다.
“서령 대륙처럼 낙후된 곳에서 온 자가 감히 우리 동악 대륙 사람을 죽인다니? 우리와 함께 가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