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4화. 죄를 뒤집어씌워 모함하다
밀실에 들어서자마자 뜨거운 기운이 하명을 덮쳐왔다. 급히 몸을 돌려 정면으로 다가오는 화염을 피한 그의 눈에 살기가 번쩍였다. 재빨리 피하지 못했다면 잿더미가 되고 말았을 것이다.
“대인, 제가 방금 불렀는데 듣지 못하셨습니까?”
그러자 밀실 안쪽에서 냉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와달라고? 내가 널 왜 도와줘? 내 동료를 찾아오라 했는데, 찾았느냐? 내게 아무런 소식도 알려주지 않고 돈도 안 받고 일하는 싸움꾼이 되어달라? 꿈도 야무지군!”
그 오만한 말을 들은 하명의 숨결이 점점 거칠어졌다. 두 주먹을 바르쥔 그가 마음속 분노를 억누르며 밀실 안 석실(石室)로 향했다.
석실에 들어서자마자 돌 탁자 뒤에 앉아있는 붉은 주작이 보였다. 그의 온몸은 불꽃으로 뒤덮여 있기에 그 누구도 그의 모습을 똑똑히 볼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