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화. 깊은 원한
“그만!”
백향천이 탁자를 내리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죽이려면 바로 죽여라. 그렇게 괴롭힐 필요는 없잖느냐?”
고약운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시운의 숨통을 끊는 일은 오월이 할 거예요. 전 단지 오월이 힘들게 손을 대지 않았으면 해서 이러는 것뿐이에요.”
말을 마친 그녀는 백향천의 구겨진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고 오월을 향해 입을 열었다.
“오월, 시운이 네게 어떤 짓을 했는지 떠올려봐. 시운을 어떻게 죽이는지는 네 선택에 달렸어.”
오월은 말없이 시운을 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곧 느릿한 걸음으로 시운을 향해 걸어갔다.
“시운, 난 네가 언젠가는 악행의 대가를 치를 거라 생각했어. 그래서 이날만을 기다려왔지.”
오월이 가볍게 웃었다. 원한을 갚기 직전에 짓는, 기뻐하는 듯한 웃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