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5화. 파렴치한 육심
고약운은 육심을 힐끗 바라보고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녀의 눈엔 온화한 얼굴을 하고 있는 육심이 지독히 위선적인 사람으로만 보였다.
“육 오라버니, 고 언니를 알고 있었던 거예요?”
뜻밖의 말에 놀란 고시기가 입을 동그랗게 벌렸다.
“이렇게 되면 내가 소개하지 않아도 되겠네요. 맞다. 두 분이 서로 알고 있다면, 고 언니가 하약운 언니의 벗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는 건가요?”
하약운.
이 세 글자가 사람들의 귀에 들리자, 주위가 순식간에 혼란스러워졌다.
물론 하약운이 이렇게나 유명한 건 그녀의 천부적인 재능 때문만은 아니었다. 당시 그녀 때문에 막가가 멸문당했는데, 하약운은 외가댁인 막가를 돕지도 않고 그저 숨어만 있었다며 여러 해 동안 다른 사람들에게 머리 검은 짐승으로 불렸기 때문이었다.
육심의 눈에 한 줄기 빛이 스쳐 지나갔다가 사라졌다. 그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고약운을 쳐다보며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