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1화. 하가를 멸하다 (5)

271화. 하가를 멸하다 (5)

눈앞의 여인과 기억 속의 하약운이 순간 서로 어우러져 마치 같은 사람처럼 보였다.

한편 하명 부녀의 안색도 잿더미처럼 어두워졌다. 그간 감당 못 할 사실을 많이 접해봤긴 하지만, 고약운의 이 말에 그들도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 그게 무슨 소리야?”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하초설이 창백한 얼굴로 고약운을 보며 물었다.

“네가 하약운이라고? 그럴 리 없어! 하약운은 이미 죽었어!”

소리를 치던 그녀의 눈빛이 번뜩였다.

“설마 다시 태어났다는 소리를 하려는 거야? 나이가 안 맞잖아!”

하약운이 죽은 지 육 년이 지났다. 죽은 후에 다시 태어났다면 이제 겨우 여섯 살일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고약운이 죽은 하약운일 수 있단 말인가.

‘이런 말로 우리를 위협하려는 걸 거야. 틀림없어!’

고약운은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 하초설을 바라보다가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