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화. 하가를 멸하다 (4)

270화. 하가를 멸하다 (4)

하가의 대청.

고약운은 낯빛이 창백해진 하명을 바라보며 짙은 살기를 내뿜었다.

“하명, 당시 하가 노가주와 하약운을 죽였을 때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나? 오늘 내가 이곳에 온 건 하약운의 원한을 갚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당신이 친딸을 죽였을 뿐만 아니라, 당신을 키워준 친아버지도 죽였을 줄은 몰랐네. 이런 행실로 미루어 볼 때, 하가 다른 자제들의 죽음도 당신과 관련이 없진 않겠군.”

하가에는 자제들이 그리 많지 않았지만, 노가주의 슬하에는 하명 말고도 다른 자식들이 있었다. 그러나 멀리 시집간 딸을 제외하고 다른 이들은 예외 없이 모두 일찍 세상을 떠났다.

하명은 자기 친아버지를 죽일 정도로 모진 인간인데, 형제라고 살려뒀겠는가.

이내 하명이 서늘한 웃음을 흘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게 뭐 어떻다고 그러느냐? 하가의 소주 자리를 두고 경쟁할 때 어차피 다 죽을 운명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