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9화. 하가를 멸하다 (3)
찰나의 순간, 모두의 시선이 하명에게 쏠렸다. 하객들의 눈에는 조롱과 경멸의 기색이 역력했다.
제 버릇 개 못 준다더니, 하명은 어디서나 남을 속이길 좋아했다. 성격이 단순한 주작도 속여넘겨, 인간을 방패로 사용하는 여인을 죽여달라 청한 듯했다.
다들 아무리 생각해도 어처구니없었다. 하명은 자기 친딸까지 죽일 수 있는 사람인데, 어찌 자신과 아무런 상관없는 영수인 운요에게 동정심을 품을 수 있단 말인가.
그는 설마 자기가 세상 모든 이를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한편 하명은 한동안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주작 대인의 말이 무슨 뜻이지? 저 노란 옷을 입은 여인이 고약운에게 학대를 당했다고? 주작 대인에게 말한 건 백호였는데……. 잠깐만, 백호?’
하명의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해지더니, 그의 눈에 공포가 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