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8화. 하가를 멸하다 (2)

268화. 하가를 멸하다 (2)

추나의 얼굴이 몹시도 창백해졌다. 천흥 국사가 나타난 순간, 그녀는 모든 것이 끝났음을 예감했다. 머릿속이 온통 새하얘져 그 어떤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아버지, 무슨 말씀이세요?”

하초설이 천흥 국사를 흘겨보다가 말했다.

“저자의 말 한마디로 어머니께서 떳떳하지 못한 짓을 하셨다는 걸 어찌 증명할 수 있나요? 제가 어떻게 저자의 딸이에요? 아버지, 저는 하가의 혈통입니다. 이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에요. 천흥 국사 저자는 지금 매수당했을 뿐입니다. 고작 말 한마디로 무엇을 증명할 수 있단 말인지요?”

그녀는 이 말을 하며 고약운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러다 상대가 자신을 향해 옥패를 들어 올리자 잠시 심장이 격렬하게 뛰었으나, 정신을 가다듬으며 당황한 티를 내지 않으려 했다.

아버지의 발언이 옥패에 기록된 건, 저 여인 앞에서 격노하며 나오는 대로 말을 했기 때문이었다. 반면 어머니가 천흥 국사와의 관계를 인정했을 때 고약운은 그곳에 있지 않았다. 그러니 저들의 수중에는 아무 증거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