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3화. 굴욕을 자처하다 (1)
약종의 장로원 안.
“아버지. 어찌 되었나요?”
황비비는 방 안으로 걸어 들어오는 황천을 보고 급히 맞이했다.
“종주가 임양이랑 그 여인에게 벌을 내리셨나요?”
기대하는 표정을 드러낸 딸을 본 황천은 치솟는 분노를 억누른 뒤 애정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아쉽게도 종주가 널 도우려 하지 않더구나. 하지만 걱정 말거라. 이 아비는 절대로 네가 억울해지는 꼴을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 존귀한 내 딸을 누가 모욕할 수 있단 말이냐? 종주가 임양의 편을 든다면, 네가 종주의 딸이 되는 게 어떨까 싶구나. 약종의 귀한 대소저가 되는 게지.”
‘나를 종주의 딸로 만들겠다고? 무슨 뜻이지?’
황비비는 한동안 머리를 굴렸다. 그러다 아버지가 한 말의 뜻을 깨닫고는 급히 제 입을 틀어막았다. 그녀의 얼굴에선 놀라움과 두려움은 보이지 않았다. 오직 흥분한 기색만 어려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