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4화. 굴욕을 자처하다 (2)
만일 소주가 자신들에게 황비비를 처리하라고 명을 내린다면, 그녀는 충성스러운 수하로서 그 명을 받들 생각이었다.
화가 난 시녀가 계속 입을 열려 할 때, 좌상진이 마침내 나섰다. 그는 손을 들어 시녀를 제지했다. 나른하게 눈을 뜬 그는 웃음기가 사라진 도화안으로 황 장로를 빤히 쳐다봤다. 그러다 꽃처럼 화사하게 웃는 그의 모습은 가히 경국지색이라 할만했다.
“황비비?”
그는 웃고 있었으나 황 장로를 깔보듯 쳐다봤다. 그의 목소리는 느긋하고 여유로웠다.
“미안한데, 그게 누구지요?”
황 장로는 그 말에 눈을 부릅떴다. 지금까지 한 말이 다 소용없었다. 이 사내는 자신의 딸이 누구인지도 몰랐다.
“공자.”
황 장로가 깊은숨을 내쉬며 어두운 눈빛으로 말했다.
“내 딸을 약종산에서 보았을 텐데. 노란 옷을 입은 절색의 여인 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