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0화. 지명계로 통하는 길 (2)
고약운은 온가 호위를 힐끗 쳐다보고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산 아래를 향해 걸어갔다.
온가 호위는 고약운이 자신을 놓아준 줄 알고,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서려했다. 그런데 이때 여인의 나직한 목소리가 적막한 산기슭에 다시 울려 퍼졌다.
“구황, 이 사람과 나머지 시체들은 네가 알아서 처리해.”
그러자 온가 호위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멀어져가는 고약운의 뒷모습만 바라보았다.
그는 곧 고약운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게 됐다.
이때 고약운의 등 뒤에 서 있던 거대한 검이 피비린내 나는 시뻘건 빛을 내뿜더니, 곧 그 검에서 손 하나가 나타나 호위를 검신으로 끌어들였다.
“아니야!”
온가 호위는 산이 떠나갈 듯이 비명을 질러대다가 결국엔 그 거대한 검에 삼켜졌다.
만약 누군가 여기에 있었다면 그 검에서 떠돌아다니던 아홉 마리의 용들이 저마다 피로 물든 커다란 입을 벌려 온가의 그 호위를 단숨에 삼켜버리는 걸 똑똑히 봤을 것이다. 물론 땅에 널려 있던 시체들도 모조리 삼켜, 지금 구황은 꼭 맛있는 한 끼 식사를 즐기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