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9화. 제일성, 풍곡 (1)

289화. 제일성, 풍곡 (1)

방 안에서 쉬고 있던 고약운은 갑작스레 들려오는 목소리에 눈을 번쩍 떴다.

“운아!”

익숙한 목소리였다. 고약운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방 안으로 빠르게 들어서는 흰 인영과 마주했다.

“그새를 못 참고 이런 일을 일으킨 게냐?”

백중천은 조금 초췌해 보였다. 서리를 맞은 듯 희게 센 머리칼이 군데군데 헝클어져 있는 데다, 얼굴에도 피곤한 기색이 어려 있었다.

“스승님, 그 몸으로 어찌 이렇게 빨리 오셨어요?”

백중천은 긴 숨을 내뱉었다.

“듣자 하니, 네가 황 장로의 여식을 폐물로 만들고, 황 장로의 한쪽 팔까지 없애려 들었다던데 이게 사실이냐? 그걸로도 부족했던지, 그들이 한 짓을 하나도 빠짐없이 적어 만천하에 공개했다면서?”

그가 고약운을 노려봤다.

“네가 많이 크긴 컸구나. 천하의 약종이 네 손에 뒤집어졌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