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0화. 번외 - 혈아(血儿)와 북심 (9)
천북심은 더는 주저하지 않고 소매에서 피리를 꺼내 불었다.
잔잔한 피리 소리가 온 궁전에 울려 퍼지자, 봉천환의 초조했던 마음도 조금씩 안정을 되찾았다.
그녀는 천북심이 있는 한 자신의 동생인 좌진에게 아무 일도 없을 거라 믿고 있었다.
이때 갑자기 가벼운 웃음소리가 궁전 밖에서 들려왔다.
“북심, 나에게 아무 볼일도 없다고 한 거 아니었어? 왜? 무슨 일인데? 겨우 하루밖에 안 지났는데 벌써 나를 급하게 찾다니!”
궁전 밖에서 흰옷을 입고 주근깨투성이 얼굴인 여인이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안으로 들어왔다. 여인은 환하게 웃는 얼굴로 천북심을 바라봤다.
피리를 분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고완백이 벌써 나타나다니. 이건 고완백이 처음부터 주작국을 떠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사실 천북심은 고완백이 주작국을 떠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그렇지 않았다면 좌진은 고완백이 올 때까지 버티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